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1년…20대와 여성 평가는?

임원 수행기사입니다. 임원이 입사 첫날부터 만나자마자 반말을 시작했습니다. 야, 얘, 너 이렇게 무시하는 말투로 말을 합니다. 운전할 때면 바쁘다고 불법 유턴을 하라고 요구합니다. 하루는 “xxx, 이 xx”라며 욕을 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는데 우산도 없이 담배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함께 탄 분도 계셨는데 “야, 담배 두 개만 사 와”라고 말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늦은 밤까지 일했고, 새벽에 퇴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2020년 6월)
 
하루를 꼬박해도 끝내기 힘든 일을 오후에 주고 오늘 안에 끝내라고 하거나 퇴근 직전에 일을 주면서 오늘 안에 끝내라고 합니다. 추가 업무를 당연한 듯이 시키면서 야근수당은 없습니다. 월급은 최저임금을 줍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저를 무시하는 언행입니다. “너 아니어도 여기 들어오려는 애들 줄 서 있어. 예전에는 4년제 아니면 받아주지도 않았어. 4년제 졸업한 애들은 치열하게 경쟁해서 그런지 달라. 너 이 회사 나가면 너 받아주는데 아무 데도 없어. 그 학력으로는 어디 다른데 취업도 못 해. 고등학생 때 뭐 했냐 남들은 지방에 4년 제라도 돈만 있으면 들어가는데 너는 그것도 못 갔냐.”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요? (2020년 6월)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하 갑질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직장 갑질 감수성 지수 △직장 갑질 경험 및 대응 △갑질 금지법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3.1% 포인트)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 직장인 1000명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총 454명으로 45.4%나 됐습니다. 모욕·명예훼손(29.6%), 부당지시(26.6%), 업무 외 강요(26.2%)가 높게 나타났고, 폭행·폭언을 당한 경험도 17.7%에 이르렀습니다. 괴롭힘 경험은 2019년 44.5%보다 0.9% 높았습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n=454)들은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33.0%로 나타났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의료적 진료·상담 경험을 물어본 결과 ‘진료나 상담을 받았다’는 응답은 4.0% 수준으로 매우 낮았으며, ‘진료나 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32.6%로 나타났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사람은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4.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임원 또는 경영진’(21.8%), ‘비슷한 직급 동료’(21.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복수응답)에 대해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62.9%), 개인적으로 항의했다(49.6%), 친구와 상의했다(48.2%), 회사를 그만두었다(32.9% 순이었습니다. 참거나 모르는 척 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물어본 결과,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67.1%로 높게 나타났으며,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가 24.6%였습니다. 갑질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를 한 경험에 대해 응답자의 3.0%였습니다. 직장인 45.4%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지만, 극소수만 법에 따라 신고를 한 것입니다. 신고했지만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한 비율이 50.9%, 신고를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43.3%였습니다.
 

갑질금지법이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63.1%로 나타났습니다. ‘갑질 금지법’ 인지도는 응답자 특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정규직은 72.8%가 법을 알고 있었지만 비상용직은 절반 이하인 48.5%만 알고 있었고, 일용직(45.2%), 아르바이트(32.0%), 프리랜서·특수고용(54.3%)으로 불안정 노동자들이 법 인지도가 낮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79.4%)는 노조가 없는 직장인(58.9%)보다 법을 알고 있었고, 사무직(70.8%)이 서비스직(52.0%)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5인 미만(40.0%), 5~30인(60.9%)과 공공기관(75.2%), 300인 이상(75.7%)이 매우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150만 원 미만(44.9%)과 500만 원 이상(79.3)은 법 시행 인지도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갑질금지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53.5%로 줄어들지 않았다(46.5%) 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계가 많은 법이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드는 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감소 여부에 대해서는 직장의 강자들이 약자들보다 높게 응답했습니다. 세대별로 보면 줄었다는 응답은 20대(46.1%), 30대(48.8%), 40대(57.0), 50~55세(63.4%)로 점점 높아집니다. 직급별로 보면 갑질이 줄었다는 응답이 일반사원(51.0%), 실무자급(52.9), 중간관리자급(57.9%), 상위 관리자(75.9%)로 높게 나타납니다. 성별로는 남자가 58.9%로 여자(46.4%)에 비해 12.5% 높게 나타납니다. 즉, 4~50대, 관리자, 남성들은 괴롭힘이 줄었다고 응답하고, 2~30대, 평사원, 여자들은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고 응답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감소 여부에 대해 상용직(56.2%)은 비상용직(49.5%) 비해 높았고, 1개월 미만 근무자(44.4%)는 2년 이상 근무자(57.1%)와 12.7% 차이를 보였습니다. 공공기관(55.0%)과 민간 대기업(57.5%)도 평균보다 높게 응답했으며, 150만 원 미만(45.5%)과 500만 원 이상(65.2%)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5.4%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정규직, 사무직, 노조원, 공공기관, 민간대기업에서 교육 경험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 특성과 일치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의 의무화가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갑질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①가해자 처벌 조항 신설(77.6%)과 가해자가 대표자인 경우 처벌(7.7%)을 더해 직장인 85.1%가 가해자 처벌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근로기준법 76조의 3 조치 의무 불이행에 대해 처벌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도 81.2%였으며, 5인 미만 사업장 적용(82.1%), 제삼자(특수인) 적용(84.4%)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설문조사에서는 <2020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를 조사했습니다. 감수성 지수는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30개 문항의 지표로 개인의 갑질 감수성을 숫자 화한 것입니다. 갑질 감수성은 100점에 가까울수록 감수성이 높고, 점수가 낮을수록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90점 이상 A, 80점 이상 B, 70점 이상 C, 60점 이상 D, 60점 미만 F)
 
2020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는 69.2점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수성 지수는 여성(72.4점), 20~30대(20대 71.5점, 30대 70.5점), 비상용직(70.2점), 공공기관(71.5점), 일반사원급(70.5점), 저임금 노동자(150만 원 미만 71.1점, 300만 원 미만 70.0점)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갑질 금지법 시행 이전인 2019년 6월 직장 갑질 119가 조사한 갑질 감수성 지수 68.4점에 비해 0.8점 높아져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인식이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감수성이 가장 높은 항목은 ①폭언 ②모욕 ③계약서 ④임금 ⑤병가 순이었으며 감수성이 가장 낮은 항목은 ①퇴사책임 ②권고사직 ③시간 외 근무 ④부당지시 ⑤채용공고 과장 순이었습니다. 2019년에 비해 권고사직(4.7점), 퇴사 책임(4.3점), 모성(3.6점), 야근(2.7점), 채용공고(2.3점) 항목에서는 감수성이 높아진 반면 임금체불(-3.6점)과 감시(-2.3점) 항목에서는 감수성이 낮아졌습니다.
 

남녀가 가장 큰 점수차이를 보인 항목은 ①음주(14.6점) ②펜스 룰(11.8점) ③모성(11.6점) ④단합대회(10.7점) ⑤반말(10.5점)이었습니다. 20대와 50대가 가장 큰 점수 차이를 보인 항목은 ①펜스 룰(19.6점) ②모성(14.1점) ③단합대회(13.9점) ④업무시간 외 SNS(11.8점) ⑤소문(11.6점)이었습니다. 일반사원과 상위 관리자가 가장 큰 점수 차이를 보인 항목은 ①업무시간 외 눈(16.9점) ②권고사직(13.9점) ③휴일 출근(11.1점) ④손해배상(10.3점) ⑤모성(9.0점)이었습니다.
 
갑질금지법 시행으로 갑질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직장 갑질 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우선 사용자에게 신고하도록 한 조항을 바꿔 노동청에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예방교육을 의무화해야 하며, 4인 이하 사업장,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직장 갑질 감수성이 69.2점으로 매우 낮습니다. 직장 갑질 119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 재단 공감)는 “상명하복, 집단주의적 직장 문화가 직장 갑질 감수성을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돈만 주면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바뀌고, 노동자의 권리가 강화되어야 감수성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 1일 출범했습니다. 2020년 7월 현재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 노모(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노총 법률원(금속 법률원, 공공 법률원, 서비스연맹 법률원 등),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희망법 등 많은 법률가들과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노동 건강연대 등 노동전문가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 오픈 카톡 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