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사들이 단체로 비키니 셀카 올리는 이유는

 

미국 학술지에 '비키니 입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의료진은 프로페셔널(전문적) 하지 않다'라는 내용이 실리자 이에 항의하는 여성 의사들이 '비키니 셀카 올리기' 캠페인에 나서고 있는데요.

 

 

지난해 미국 혈관 외과 학회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한 학술지에 게시된 논문이 뒤늦게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논문은 혈관 외과 의사들이 소셜미디어에 비전문적인 콘텐츠를 올리는 것이 환자들이 의사나 병원을 선택할 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정리했는데요.

 

 

논문 주제는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때 해당 의료진의 소셜미디어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라는 것인데요.

 

 

2016~2018년 레지던트 의사 235명을 조사한 결과, 61명이 전문적이지 않거나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콘텐츠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고 논문은 밝혔습니다.

 

 

‘비전문적 콘텐츠’ 항목에는 음주, 소비, 정치적 발언, 욕설 등을 비롯해 ‘부적절하거나 불쾌한 복장’도 포함했어요.

 

 

비키니를 입은 여성 의사의 사진이 대표적인 예로 꼽혔습니다.

 

이런 '부적절한 복장'을 개인 SNS에 올리는 의료진은 비전문적일 수 있다고 결론지은 것이죠.

 

 

논문에는 한 레지던트 의사가 수영복을 입은 사진과 함께 '도발적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도 첨부됐습니다.

 

해당 논문은 지난해 12월 온라인을 통해 발표됐으나, 이번 8월 호 학술지에 실리기로 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에 여성 의료진들과 의대생들이 단체로 항의에 나서고 있는데요.

 

 

온라인에 메드 비키니(#MedBikini)라는 키워드와 함께 다수의 여성 의사들이 비키니를 입은 셀카를 앞다투어 올리기 시작한 것이죠.

 

 

의료진의 복장과 실력은 관계가 없다는 것인데요.

 

 

한 여성 의사는 자신의 비키니 셀카와 함께 “의사들이 비키니를 입고 술을 마시는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게 전문적이지 못한 일이래. 그래서 난 둘 다 하고 있어. #MedBikini” 라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또 다른 여성 의사는 “의학 분야에 여전히 남아 있는 차별을 엿볼 수 있는 연구다. 여기 ‘응급차 트라우마’에 대한 선도적인 연구논문을 작성을 끝내고 나온 내 사진이야. 의사도 사람이야 #MedBikini”라고 썼습니다.

 

 

아예 비키니 차림으로 진료를 보고 있는 사진도 올라왔다. 의사 캔디스 마이어 씨는 지난달 25일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비키니 차림으로 응급 환자를 치료했던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녀가 서핑을 즐기던 하와이 해변에서 한 남성이 보트와 충돌한 사건을 목격하고 환자의 목숨을 살린 것인데요.

 

 

그녀는 논문에 대해 "이러한 성차별적인 연구가 처음부터 승인될 수 있다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여성 의사뿐만 아니라 많은 남성 의사들도 수영복을 입은 셀카를 올리며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어요.

 

 

수영복을 입고 상의를 탈의한 셀카를 올린 한 남성 의사는 “물론 아무도 나 같은 아저씨의 수영복 사진은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난 내 여성 동료들을 지지한다"라며 “의대에 다니고 레지던트 생활을 하는 동안 여성 의사들은 내 멘토였고 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혈관 외과 학회 측은 사과문을 올려 해당 논문을 철회했습니다.

 

 

‘메드 비키니’ 운동이 커지자 학술지 에디터들은 지난달 25일 트위터를 통해 “의식적·무의식적 편견이 반영돼 연구 설계에 오류가 있었다"라고 사과하면서 해당 논문을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에디터들은 사과문 끝부분에 “마지막으로 이 논문을 접하고 슬픔, 분노, 실망을 전달해 준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 모든 건설적인 비판을 받아들이며 우리의 (논문) 검토 절차를 개선하고 학술지 편집진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의료계에서 성차별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지난해에는 미얀마 출신의 한 여의사가 비키니 사진을 올렸다가 의사 면허를 취소당한 일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