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자꾸 떨어뜨리는가? 사무실 냉방 온도가 낮아 감기를 달고 사는가? 마스크나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너무 헐겁거나 꽉 끼고, 처방받은 약이 어쩐지 효과를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남성을 위해, 남성에 의해 설계된 이 세계가 어떻게 인구의 반, 여성을 배제하는지 증명한 책이다. 남자를 인간의 디폴트 값으로 여기는 사고방식 때문에 여성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는 제대로 수집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겨난 데이터 공백은 여자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고 때로는 죽이기까지 한다.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기술과 노동, 의료, 도시계획, 경제, 정치, 재난 상황 등 16가지 영역에 걸쳐 여성에 관한 데이터 공백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차별의 단면을 면밀하게 보여준다. 그간 은폐되고 누락되었던 여성의 관점과 지식을 복원하는 것이 남녀 모두, 나아가 세상에 어떤 이득이 되는지 시사한다. 방대한 통계 자료와 풍성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젠더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쟁과 잘못된 편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보다 합리적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무기를 제공할 것이다.
“6인치(152.4mm).” 최신 스마트폰 액정의 평균 크기다. 2020년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아이폰 12 모델은 이보다 조금 작은 5.4인치(137.1mm)라고 한다. 애플에서는 벌써부터 “한 손 조작에 문제없는 크기”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자들에게 이는 다른 세상의 얘기다. 여성의 평균 뼘이 18~20cm라는 걸 감안할 때 대부분의 여자들은 한 손 조작은 고사하고 스마트폰을 떨어뜨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문제는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구글의 음성인식 시스템은 여성의 목소리보다 남성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인식할 가능성이 70%나 높고, 똑같이 교통사고를 당해도 여자는 중상을 입을 확률이 남자보다 47%나 높다. 남성 우월주의에 심취한 누군가 꾸며낸 음모라고 단정하기엔 이런 사례가 너무나 많다. 사소한 불편부터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위협까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차별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남성에게 편향된 데이터로 설계된 세계가 어떻게 인구의 반, 여성을 배제하는지 증명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영국의 여성운동가인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남성을 인간의 디폴트값으로 삼는 사고방식 때문에 여성과 관련된 정보와 지식이 제대로 수집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른바 ‘젠더 데이터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회적 표준이 만들어질 때 여성은 가려지고 지워지고 끝내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여름철 사무실의 적정 온도 설정은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표준 사무실 온도를 결정하는 공식은 몸무게 70kg인 40세 남성의 기초대사율을 기준으로 하는 탓에 여자에게 적정한 온도보다 평균 5도가 낮다. 그런가 하면 심장마비의 진단과 치료가 남성에게 맞춰져 있어 여성 심장마비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도 잦다. 실제로 여성들의 심장마비 전조 증상은 가슴통증(남성의 일반적 전조 증상) 없이 복통이나 호흡곤란, 메슥거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관점에서 성차별 메커니즘을 밝히고 젠더 문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언론과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2019년 영국왕립학회 과학 서적상을 수상했고 《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뉴욕 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의 극찬을 받았다.
저자는 방대한 통계 자료와 풍성한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 노동, 의료, 도시계획, 경제, 정치, 재난 상황 등 16가지 영역에 걸쳐 여성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낸다. 겉으로는 성 중립적인 것 같지만 성차별과 긴밀한 사례는 제설 작업 외에도 무수히 많다. 수많은 기업과 대학에서 시행 중인 성과 중심의 업무 평가제는 ‘돌볼 대상이 없는 직원’에게 유리하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무급 돌봄 노동의 75%를 담당하며 매일 무급 노동에 3~6시간을 들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녀가 있는 맞벌이 여성은 일터에서 출발선이 다른 경주를 하는 셈이다. 국가의 경제 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인 GDP에는 집안일이나 돌봄이 포함되지 않아 여성의 노동 가치나 생산성을 저평가하는 핑곗거리가 된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 분야에서 여성에 대한 임상시험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증거도 많다. 2014년 FDA는 여성에게 두 번째로 흔한 약물 부작용이 ‘약효 없음’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심지어 매년 200만 명의 여성이 불안증, 뇌전증 등의 질병 때문에 복용하는 ‘바리움’은 한 번도 여성 피험자를 상대로 무작위 임상시험을 치른 적이 없다. 이 책에 소개된 차별의 단면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가난해지고 아프고 때로는 죽음에 이른다는 말이 어떤 과장도 섞이지 않은 현실 그 자체임을 일깨워준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이 성차별에 대항하는 이들을 위한 필수 자료집이자 그들에게 팩트라는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는 든든한 무기고가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것은 여권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문제다” 남녀 모두를 이롭게 하는 공백 메우기
성차별이나 여성의 권익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면 여자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때가 많다. 이에 저자는 젠더 데이터 공백을 메우는 것은 남녀의 구분을 떠나 우리 모두에게 이득을 준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수치가 증명해준다. 제설 정책을 보행자 중심으로 재편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웨덴에서 겨울철 보행자 사고로 발생한 비용은 도로 관리 비용의 약 2배에 달했다. 스톡홀름 교통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특수 기계로 총길이 200km의 자전거 및 보행자 도로를 제설하자 사고 발생률이 절반으로 줄었다.” 세계경제포럼은 27%(세계 평균)에 이르는 남녀 취업률 격차를 없앨 경우 미국의 GDP는 최대 9%, 유로존의 GDP는 최대 13%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여기에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려 여자들의 무급 돌봄 노동을 줄인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 재원이 부족하다거나 성장 동력에 한계가 왔다는 정치인들의 변명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결국 모든 것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이 책에는 현재 활용 가능한 여성 관련 자료의 최대치가 담겨 있지만, 2000년 넘게 이어져온 데이터 공백을 완전히 채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저자 또한 데이터 공백이 여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들은 연구가 되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밝혀둔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분명하고도 근본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을 늘리는 것이다. 의사결정과정에, 연구에, 지식 생산에 참여한 여자들은 여자를 잊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공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이 책을 향한 찬사
단 한 번도 사냥 비슷한 것을 해본 적 없는 남자들이 자신에겐 사냥꾼의 피가 흐른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때, 그 총체적인 무지에 말을 섞을 의욕이 사라져버리곤 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이 거대한 무지와 싸울 의욕을 충만하게 해 준다.
가부장제의 핵심 전략은 차별과 폭력이 아니다. 차별과 폭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여성에 관한 거대하고도 체계적인 무지를 당연시하는 세계에 살게 되었다. 광범위한 통계 자료와 풍부한 사례, 앞으로의 방향까지 제시한 야심만만한 책이다. 이 책은 두고두고 성차별에 맞서는 이들에게 무기와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권김현영(여성학 연구자,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저자)
남성이 설계하고 표준인 세상에서 여성은 존재하나 동시에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이 공백의 감각을 ‘데이터 팩트 체크’를 통해 방대하고 촘촘하게 증명해낸다. 성별 불균형이 해소되기는커녕 첨단화되어가는 지금, 사회 전반의 안전과 생산성을 위해 메워야 할 젠더 데이터 공백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 알아야 집계하고 분석하고 정책화할 수 있다. 『백래시』만큼 유용한 무기의 등장을 환영한다.
─김진아(울프 소셜클럽 대표,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저자)
얇지 않은 책이다. 책을 읽을수록 독자가 아니라 남자로서 읽어야 한다고 정정하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선명하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회적 표준이 만들어질 때 여성이 가려지는 남성 디폴트를 문제 삼는다. 사회적으로 무의식화 된 남성 디폴트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읽는 내내 놀랍고 부끄러웠다. 남성 디폴트로 인해 가려진 진실을 찾기 위해 크리아도 페레스는 꼼꼼하게 데이터 공백을 찾아낸다. 이 책의 두께는 젠더 데이터 공백이 그만큼 광범위하게 존재함을 의미한다. 읽고 나니 왜 두꺼운 책이 필요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노명우(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세상에 존재하는 불합리와 불평등을 감추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디폴트 값을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 여성 상원의원들은 전용 화장실이 없어서 방문객용 화장실을 써야 했다. ‘상원의원 전용 화장실’에서 ‘상원의원’은 남성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남성 디폴트 뒤에 숨겨진 차별을 낱낱이 드러낸다. 정보가 세상을 바꿀 무기가 될 수 있다면, 이 책은 거대한 무기고다. 페이지마다 꺼내서 인용하고 싶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박상현(코드 미디어 디렉터, 칼럼니스트)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페미니스트를 위한 필수 자료집. ‘젠더 데이터 공백’이라는 관점에서 과학, 도시계획, 경제, 영화, 뉴스, 문학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분야가 얼마나 여성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작용하는지 일깨워준다. 가능하다면 이 책에서 다뤄진 모든 팩트를 외우고 싶다.
─이다혜(《씨네 21》 기자, 『출근길의 주문』 저자)
세계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니컬라 스터전(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아는 것이 힘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 모두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 책으로 무장해라. 그리고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쥐여줘라. 한마디로 끝내주는 책이다!
─헬레나 케네디(영국 노동당 상원의원)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왜 모르는가라는 등한시된 주제를 다룬다. 그 결과는 앎과 모름의 젠더 정치에 관한, 강력하고 중요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분석이다. 이 책은 첨단기술에서부터 자연재해에 이르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의 책임자가 왜 여자여야 하는지를 독창적이고 시의적절하게 상기시킨다.
─코딜리아 파인(심리학자, 『테스토스테론 렉스』 저자)
완전 최고다. 세상을 바꿀 잠재력을 가진 책이자 기념비적인 연구서다.
─케틀린 모랜(언론인, 『진짜 여자가 되는 법』 저자)
폭로적이고 공포스럽지만 동시에 희망적이다. 가히 속세의 바이블이라 부를 만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가부장제가 내 상상의 산물이라고 말해봐라.
─지넷 윈터슨(소설가,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저자)
훌륭하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남성을 디폴트 인간으로 간주하는 다양한 방식과 이 왜곡된 시각이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인상적이면서도 자세하게 제시한다.
─캐사 폴릿(시인)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파헤치는데도 술술 읽힌다. 재미있고 학구적이며 대단히 중요한 책이다.
─애덤 러더퍼드(유전학자, 『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인간이 되었나』 저자)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흥미롭고 놀라우면서도 개탄스러운 시사적 사실이 가득 담긴 보물고다. 크리아도 페레스는 남자가 남자를 위해 설계한 세상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남자를 디폴트 인간으로 간주하거나 여자를 크기만 작은 남자로 간주하는 것은 제설 작업에서부터 안전벨트, 의학에 이르는 모든 것 또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훗날 내가 심장마비를 일으키거나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극장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분명 이 책을 떠올릴 것이다.
─지나 리펀(신경과학자)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조커 같은 책이다. 무자비한 팩트 폭격을 통해 해답 없는 문제를 제시하지만 그 방식이 가히 천재적이다. 이 책이 야심 차게 아우르는 주제의 폭과 독창성은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인류의 반에 대해 잊어버릴 때 일어나는 일처럼 말이다. 모든 정책가, 정치인, 관리자의 책꽂이에 꽂혀 있어야 할 책이다.
─《타임스》
이 책은 제도화된 성차별에 대한 충격적인 고소장이자 반격을 위한 강령이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여자들을 행동에 나서게 만들 것이며 남자들에게도 당연히 필독서다.
─《선데이 타임스》
저자 소개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Caroline Criado Perez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운동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런던 정치 경제대학에서 여성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잉글랜드은행에서 발행한 지폐에 여왕이 아닌 여성 인물을 싣는 일에 앞장섰으며, 여성 학대 관련 법령 개정과 2016년 의회 광장에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밀리센트 포셋(Millicent Fawcett)의 동상을 세우는 캠페인을 주도했다. 2013년 BBC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고, 영국의 인권단체 리버티가 수여하는 ‘올해의 인권운동 가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대영제국 4등 훈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여자처럼 행동하라(Do It Like a Woman)』가 있다.
그의 두 번째 저작인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우리가 인류의 반, 여성과 관련된 사실들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밝힌 책이다. 이러한 데이터 공백이 여성들을 체계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메커니즘을 노동, 도시계획, 과학, 정치, 경제 등 전 영역에 걸쳐 면밀하게 살핀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뉴욕 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포브스》, 《선데이 타임스》 등 주요 매체의 극찬을 받았다. 2019년 영국 왕립학회 과학 서적상을 수상했으며, 《타임스》 올해의 책, 《파이낸셜 타임스》&맥킨지 올해의 경제경영서로 꼽혔다.
옮긴이 황가한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 전공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 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보라색 히비스커스』(2019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아메리카나』, 『제로 K』,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2018 세종 도서 교양 부문),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스웨덴 북부에서는 1985년부터 외상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 데이터베이스의 대부분을 보행자가 차지한다. 보행자는 미끄럽거나 얼어붙은 도로에서 다칠 확률이 운전자의 3배나 되고 교통 관련 부상자 전체가 병원에서 소비하는 시간의 50%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 보행자의 대부분은 여자다. (……) 이러한 부상으로 인해 의료비가 발생하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한 해 겨울 동안 보행자 낙상으로 발생하는 비용만 해도 3600만 크로나(한화 약 43억 원)에 달했다. (……)
이렇게 최소한으로 잡은 추산치에서도 겨울 보행자 사고 비용은 겨울 도로관리 비용의 약 2배에 달했다. 스톡홀름 근교의 솔나 시에서는 3배였고 몇몇 연구에서는 그보다 더 높았다. 정확한 차이가 얼마이건 간에 제설 순서에서 보행자를 우선시함으로써 부상을 방지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인 것만은 확실하다.
—57~58쪽, 「1장 눈 치우기도 성차별적일 수 있는가」
천재를 떠올려봐라. 당신은 남자를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아인슈타인을 떠올렸다. 그가 산발을 한 채 혀를 쑥 내밀고 있는 유명한 사진 말이다. (내가 ‘총명 편견’이라고 부르기 좋아하는) 이 편견은 현실에서 남교수가 으레 더 유식하고, 객관적이고,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고 여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강의 평가만으로 승진을 결정하는 방식은 이 점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총명 편견은 대부분 데이터 공백의 결과다. 여자 천재들은 역사에서 너무 많이 지워졌기 때문에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그 결과 어떤 직업에 ‘총명’이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 그 말이 정말로 의미하는 바는 ‘남근’이다.
—136쪽, 「4장 능력주의 신화」
차에 내장된 음성인식 시스템은 주의 분산을 줄임으로써 더 안전한 운전을 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여자가 사용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여자는 2012년형 포드 포커스를 구입한 후에 음성인식 시스템이 조수석에 앉은 남편 말만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여자는 자신의 뷰익에 내장된, 음성으로 전화 걸기 기능이 말을 듣지 않자 제조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직원은 단도직입적으로, 저건 영원히 내 목소리에 작동하지 않을 거라며 남자한테 대신해달라고 부탁하라고 했다.” 이 문장을 적은 직후에 나는 어머니가 볼보 크로스컨트리의 음성인식 시스템으로 이모에게 전화하려다 실패하는 모습을 봤다. 다섯 번째로 실패했을 때 나는 어머니에게 목소리를 좀 낮춰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한 번에 성공했다.
—210~211쪽, 「8장 남자에게 맞는 원 사이즈」
스토프레겐은 2010년에 하나의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몸 끈덕이기(body sway)’에 남녀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작고 미묘한 차이라 육안으로 관찰해서는 알 수 없지만 몸이 어떻게 앞뒤로 끈덕이는지를 수치로 환산하면 유의미한 남녀 차이가 있다. 이 사실을 발견하자마자 멀미에서 남녀 차이가 나는 원인에 대해 할 말이 생겼음을 알았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말은 몸의 통제와 관련 있다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 후에 스토프레겐은 “여자의 끈덕임이 생리주기에 따라 변한다”는 증거도 발견했다. 이 사실은 중요하다. “여성의 멀미 민감성이 생리주기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236~237쪽, 「9장 사내들의 바다」
레이철은 10년 동안 진통제를 먹으며 극심한 생리통과 지나치게 많은 생리양을 버티다가 마침내 공연 중간에 쓰러졌다. (……) 의사들은 신장결석을 의심해서 비뇨기계 검사를 여러 가지 했지만 전부 음성으로 나왔다. (……) 결국 레이철이 자기가 얼마나 아픈지 얘기하는 도중에 의사가 고개를 저으며 “환자 분은 퇴원해야 한다. 당신 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있었다. 레이철은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이 병을 진단받는 데 평균 8년, 미국에서는 10년이 걸리며 현재 치료법은 없다. 여자 10명 중 1명이 이 병에 걸린다고 추측되는데도—전 세계로 따지면 1억 7600만 명이다—영국 국립보건 임상연구원은 2017년에야 최초로 의사들에게 관련 지침을 배포했다. 첫 번째 충고는 다음과 같았다. “여자들의 말을 잘 들어라.”
—280~281쪽, 「11장 “이례적” 증상」
여자들은 재난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고 모린 포덤은 말한다. 젠더 때문에, 그리고 젠더가 여성의 삶을 어떻게 제한하는지를 고려하지 않는 사회 때문에 죽는 것이다. (……) 스리랑카에서는 수영과 나무 타기를 “압도적으로” 남자아이들에게만 가르친다. 그 결과 2004년 12월 쓰나미가 덮쳤을 때 여자 사망률은 남자의 4배였다. 남자가 홍수에서 살아남기가 더 쉬웠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에는 여자가 수영 배우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 있어서 여자가 홍수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현저하게” 낮다. 이처럼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의 취약성은 남자 친족을 동반하지 않고는 집 밖에 나올 수 없다는 사실에 의해 약화된다. 그 결과 사이클론이 덮쳤을 때 여자들은 남자 친족이 와서 자기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주길 기다리느라 귀중한 대피 시간을 낭비한다.
—366~367쪽, 「16장 당신은 재난 때문에 죽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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